세 번째 자갈마당 걷기. 오늘은 걸으며 분명히 같은 길이지만, 다른 길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은 길, 누군가에게는 쉽게 들어서고 나갈 수 있는 길, 누군가에게는 통과하기 어려운 길에 대해서. 100년 전, 네모 구획으로 반듯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자갈마당은 존재하지만..., 불투명 비닐로 씌어진 다른 공간같기도 하다. “나를 버리려고” 자갈마당에 왔다는 언니는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싶어서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었다는 언니는 손가락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피로’를 풀기 위해 마사지방에 간다는 누군가의 삼촌 이야기를 들으며 ‘피로’가 아닌 ‘필요’라고 생각했다. 자갈마당을 걸을 때 나는 자꾸만 저 전기판넬이 깔린 나까이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쨍한 붉은 빛의 그 방에서의 피로감이 계속 잔상이 남는다. 쉬파리 골목이 너무나 일상적 공간에 어떤 사람에게냐에 따라 구분짓기가 명확히 되어있고 비로소 보이는 미로숲 같았다면 자갈마당은 정말 별 것 아니게 진입 가능하지만, 정말 별 곳처럼 어디론가 훅 떨어져 존재하는 곳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