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인권’이란 명제에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역설의 과거를 국제엠네스티가 지금 여기로 소환하였다. ‘성노동’을 인정하자는 2015년 8월 11일 국제엠네스티의 결정은 결국 ‘성매매’안의 모든 착취자들, 성매수자, 직접적 알선행위를 하는 포주와 이를 둘러싼 소개업자, 투자자 등을 포함한 인신매매 자본가 들에 면죄부를 주고 이들의 범죄행위를 사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성매매’는 약자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한다. 성별과 계급, 인종 모든 범위에서 상대적 약자에 위치한 이들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사물화하여 이용하고 모멸감을 안겨주는 악질적 노예제가 실천되는 것이 바로 ‘성매매’이다. 성매매 안에서 착취의 대상이 되었던 많은 여성들이 이를 증언하고 있다.
성매매 안에서 팔리는 대상은 아동, 청소년, 여성 이 대부분이고 구매하는 이들은 남성이다. 남성 중에도 부유한 계급의 남성의 구매자로의 기회는 무한대일 수밖에 없다. 남성내부에서도 계급, 인종 등 권력간의 차이가 구매력의 차이를 만들고 이러한 차별적 권력은 낮은 계급의 남성들에게 대상이 되는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를 유발한다.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인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었던 성매매여성들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덧씌울 수 있는 대상이었다. ‘왜 모든 이들에게 팔리는 것들이 나를 무시하는가’에서 시작하는 권력에서 배제된 남성의 이러한 혐오범죄 행위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식민지, 성매매여성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지배욕구의 분출이다.

‘성매매’는 ‘인권’이란 말이 작동할 수 없는 영역이다. 어떻게 ‘돈’이란 권력으로 인간을 성적 대상물로 구매하고 사용하는 행위를 ‘인권’이란 이름으로 안을 수 있는가. 엠네스티의 이번 결정은 ‘인권’에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오래전 역사의 소환이고 퇴행이다.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IS가 1세부터 포함해 여성을 차등가격을 매겨 성노예로 매매하고 성매매가 합법화된 국가에서 처녀를 경매하는 것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인권’에 여성이 존재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피를 흘려왔는데 ‘인권’을 수호한다는 국제단체조차 이를 옹호하고 나섰다. 인류의 불행한 역사를 되돌리는 국제엠네스티에 의해 여성은 인권에서 제외된 존재가 되었다.

‘여성’의 인권을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권리’로 등치시키는 국제엠네스티의 ‘불행’한 사태를 여과시킬 ‘힘’이 우리에게 있기를, 오히려 이러한 ‘퇴행’적 행태가 우리에게 강제적 ‘성찰’을 동반한 반전의 ‘힘’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