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센 북클럽 ‘루바토’ 8월 모임 후기 >

* 일시: 2025년 8월 25일 (월) 18:30~21:00

* 장소: 대구여성인권센터 교육실

* 책: 김보영 『고래눈이 내리다』

* 참석: 소라, 무왕, 효, 고요, 진진

두 달 동안 묵힌 책을 드디어 8월 모임에서 펼쳤다. 단편소설집이라 한 편씩 소감을 나눠보았는데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 SF소설이라 단편 이야기마다 설정된 상상의 세계가 낯설었지만, 그 안에도 현실 세계에 대한 고민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세계관이 보이는 듯했다. 인간의 잘못으로 사라져가는 세계, 그럼에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그로 인한 외로움, 사라지지만 다시 이어지고 피어나는 회복력 ― 그래서인지 모든 이야기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 대개 낯선 소설이다. 이게 뭐지, 왜 슬프지 하면서 읽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니 물음표였던 생각들이 풀리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나누고 책장을 덮으니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단편소설들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텍스트를 읽고 상상하는 건 또 다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서글픈 감정이 떠올라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런 경험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한테서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 읽으면서 서글픔, 외로움을 느낀 것도 좋았다. 내가 밝은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다.

# SF소설을 잘 안 읽는데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 습득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체에 나오는 SF를 보면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원래 그 세계가 그렇게 그려지는 건지, 미지의 세계를 보면서 느껴지는 불안하고 외로운 감정인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물음이 생겼다. 상황이나 장면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상상하는 세계가 잘 그려졌다.

# 요즘 죽음이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한다. 잘 죽고 싶은 만큼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외로움을 덜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쓸쓸함, 서글픔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 절망, 외로움 이런 감정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다르게 이어지는 삶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삶이 귀하다는 명언을 주는 건 아닌데, ‘그것도 살아가는 거야’ 같은 말을 전해주는 것 같다. 지금 살아가는 것, 그냥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그냥 살아내는 것. 소설 속의 세계가 더러 망가지고 사라지지만 어떤 빛을 전해주는 것 같은데, 희망이라기엔 거창한데 도대체 뭘까? 작가가 텃밭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회복력에 놀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경험에서 느낀 회복에 대한 믿음이 이 소설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닐까?

#북클럽루바토 #8월의책 #고래눈이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