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 -김미진-

<불편한 편의점>은 친구가 생일 선물로 내게 보내 준 책이다. 그즈음엔 이런저런 핑계로 책을 멀리하고 있을 때라서 처음 친구의 선물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런 걱정은 잊어버린 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면서 그다음 장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불편한 편의점은>은 서울역 근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장, 알바생, 손님, 때로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서로의 고단한 삶을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여기서 편의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장소이며, 자기 인생에서 궤도 이탈하거나, 아직 길을 잡지 못한 여러 사람들이 불시착해서, 서로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기서 궤도를 수정해 나가고, 자신을 찾아가는 곳이다. 편의점이라는 장소는 인생 조언이나 일생일대의 도움을 받는 장소로는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편의점이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있는 곳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이기도 하다.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가 지갑을 찾아준 기억상실 노숙자 독고를 편의점으로 데려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폐기된 도시락을 얻어먹던 독고가 편의점 알바로 일하게 된다. 또 독고로 인해 편의점 알바생 서현은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또한 독고는 배우 겸 극작가 정 작가와의 만남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청파동 Always 편의점에는 70대 편의점 사장에서부터 50대 생계형 알바 오 점장, 퇴근길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공시생 알바 서현,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30대 인경, 집보다 편의점이 편한 10대 민규까지. 다양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의 끝에는 소통 불가에 마흔이 다 되도록 독립시킬 수 없었던, 자신은 불운하다고만 여겼던 염 여사의 아들 민식도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고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자식들 유산싸움으로 정리될 뻔한 청파동 Always 편의점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계속된다.

이 책에서 옥수수수염차는 새로운 희망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기억상실 노숙자 독고에게는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10대 민규에게는 화목하지만은 않고, 자신의 설 자리를 모르던 가정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며 가족과 화해를 위한 매개로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파동 불편한 편의점은 옥수수수염차처럼 사람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고, 서로 이해와 공감을 통해 희망을 주는 새로운 물길이다.

이 불편한 편의점에 불시착한 인생들을 보면서 나는 어디쯤 불시착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나의 젊은 시절은 열정적으로 살아내지 못했고, 지금의 나에게도 아직 성인이 되었지만 독립하지 못한 자식들이 있다. 문득 편의점 물건처럼 오와 열을 맞추듯 내 인생도 착착 정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 본다.

가족이든 친구든 좋은 관계는 절로 맺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살피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스스로를 알아차려야만 주위를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따끔하고 뼈아픈 충고라도 스스로 잘 살피라는 조언으로 여기고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편의점 진열대의 오와 열을 맞추듯 내가 살아온 삶이 정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빛이 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불현듯 청파동 어느 편의점에서 누군가 그랬듯이 나도 동네 편의점에 들러 투플러스원 옥수수수염차를 사서 누구에겐가 건네주며 넌지시 말을 건네보아야겠다. 누구에게는 시원한 한 모금이 되기를,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