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센 북클럽 ‘루바토’ 11월 모임 후기 >

* 일시: 2025년 11월 24일 (월) 18:30~20:30

* 장소: 대구여성인권센터 교육실

* 책: 서혜진 『법정 밖의 이름들』

* 참석: 소라, 민뎅, 효, 토리, 진진

이 책은 젠더폭력의 피해자를 변론한 변호사가 쓴 에세이입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려주는데, 한편 법정 안에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문제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사건의 속내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책의 뒤쪽에 있는 ‘법률에는 마음이 있다’는 말이 좋은데, 새로운 시선으로 법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률을 더 세세히 들여다보고 해석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요청합니다.

# 의사, 변호사, 판검사는 고소득의 직군이고, 내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변호사의 일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거리감이 좁혀졌다. 지은이가 피해자 변호사로 일하게 된 동기가 대단한 사명감이나 거창한 정의감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고, 주어진 일을 성실히 했고, 하루하루 버티듯이 피해자를 변호했다고 한 내용이 좋았다.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감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그런 걸 느꼈다. 이런 변호사가 있는 것은 우리에게 무척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 쉽게 읽히는 것 같은데 힘들기도 한 책이었다. 경험과 맞닿는 부분은 무겁기도 하지만 내 위치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하기 힘든 사람들이 존재한다. 감정을 담을 언어가 고갈되면 소통이 끊기고 고립은 심화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이어준다는 연결감을 많이 느꼈다. 나의 활동 또한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 진도는 빠르게 읽었다. 예전에 일하면서 서혜진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책의 문장에서 내가 기억하는 말투가 생각났다. 약간 고양된 듯 진취적이고 밝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아는 것이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형사사건의 당사자는 피고인과 국가이고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법의 체계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이 새로웠다. 여러 가지 젠더폭력 사건이 사례로 나오는데 피해자를 변론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법리적 해석의 한계 등도 알 수 있었다. 다른 직업군의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내가 아는 세상이 좀 더 넓어지기 때문에 재미있다.

# 이 책은 술술 읽히는데 진도가 안 나가는 느낌이었다. 책에 사례로 나오는 폭력 피해를 마주하면서 힘들었는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용기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는 어떻게 용기를 얻고 정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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