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구지역 성매매우려업소 밀집지역 민·관합동점검을 마치며

김하나

민관합동점검은 지자체, 경찰, 소방서, 성매매방지기관 등이 함께 성매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업소(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일반음식점, 안마시술소, 마사지업소, 유사성행위 업소 등)에 대해 실시하는 점검 활동이다. 성매매 예방과 근절, 인권 보호를 위해 2019년부터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점검은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성매매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경을 줄이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민·관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이고 업주에게 경각심을 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현장에서 여성을 만나 필요한 지원과 상담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오늘은 그 민관합동점검이 있는 날이었다. 이동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어 활동가들과 함께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의 운전자는 한나 씨였다. 점검은 대체로 저녁 식사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냈다. 식사를 마친 뒤 정해진 장소로 모였다. 담당 군청에서 장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 복지센터의 어두운 주차장에서 둥글게 서서 서로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채 회의를 시작했다.

민관합동점검은 시청, 구·군 담당부서, 위생과, 경찰서, 소방서, 대구여성인권센터, 민들레상담소, 대구이주여성상담소, 대구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센터 등 약 30여 명이 함께 참여한다. 오늘은 특히 군민참여단도 함께해 주셨지만, 불빛조차 희미한 주차장에서는 얼굴을 식별하기도 어려웠다. 점검의 취지와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상황상 간단한 인사와 기본 안내 정도만 전할 수 있었다. 대신 각 조에 배치된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리라 믿으며 조별로 흩어졌다.

내가 속한 조는 군청 주무관, 군민참여단 2명, 대구이주여성상담소 활동가, 그리고 나까지 총 다섯 명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역할을 확인한 뒤 사전에 배정된 구역으로 이동했다. 우리 조가 방문할 업소는 유흥주점, 바, 마사지업소 11개(총 60개)이다. 다행히 함께한 군민참여단 선생님이 이 지역과 업소 정보를 잘 알고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외지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들까지 자연스럽게 보완되었다.

업소에 들어서면 군청 주무관이 합동점검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는 성매매불법안내 게시물 비치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대기실 위치를 살피고, 상담소 홍보물(티슈, 라이터, 안내지)을 비치한다. 사장에게 영업 형태와 보도 여성 출근 현황 등을 묻고, 상담소 지원 내용을 간단히 안내하며 여성들에게 홍보물품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실제 여성들을 직접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성구 일부 지역에만 고정 여성이 있고, 대부분은 보도방을 통해 여성이 공급된다. 손님이 와서 유흥종사자를 요구하면 업주는 보도방에 연락하여 여성을 부른다. 대부분 우리는 빈 대기실이나 여성들의 가방만 마주한다. 대기실에 여성이 있으면 최대한 공손하게 다가가 상담소 안내와 홍보물품(클렌징티슈와 안내지)을 건넨다. 업주들은 ‘장사가 안 된다, 며칠 공쳤다’며 자연스레 업소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더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때도 있다.

마사지업소는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 CCTV로 입구를 확인하며, ‘여성’은 우리가 문 앞에 있으면 문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벨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렸다. 외국인 여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어디서 왔는지 묻길래 ‘여성 상담소’라고 설명하자 고개를 저으며 경계했다. 서둘러 클렌징티슈와 외국인 지원 리플렛을 건네자 여성은 미소 지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달라는 말도 빠르게 전하고 문을 닫았다.

오늘 우리 조에는 소방공무원이 배치되지 않아 점검이 비교적 빨리 끝났다. 소방이 동행할 경우 업소 내부를 더욱 깊이 확인할 수 있고, 업주들도 소방 관련 문의를 하며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반대로 어떤 업주는 “왜 이렇게 자주 오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민관합동점검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사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담당 활동가는 매번 바뀌는 구·군 담당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장소를 조율하고, 조별 책상 배치나 프레젠테이션 가능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방문 지역을 구역별로 나누고, 참여 인원을 조별로 구성하며, 상담소 홍보물품과 여성들에게 직접 전달할 키트도 챙겨야 한다. 가방은 늘 무겁다. 혹시라도 여성들을 만났는데 물품이 부족해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가득가득’ 챙길 수밖에 없다.

상담소와 센터는 합동점검을 포함한 이 과정을 매달 2~3차례 반복한다. 한 해의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하면 어느새 1월이 되고, 다시 현방이 시작된다. 민관합동점검과 현장방문상담은 그렇게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고민과 과제를 마주하게 되는 활동이다.

현방과 민관합동점검이 끝나면 늘 작은 여운이 남는다. 여성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 잠깐의 대화에서 얻은 단서, 스쳐 지나간 장면들은 다음 활동의 방향이 된다. 그리고 우리가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다시 확인하게 한다. 올해 달성군을 마지막으로 모든 민관합동점검이 마무리되었다. 우리 센터는 앞으로도 협력 기관들과 함께 현장을 꾸준히 살피며, 놓치기 쉬운 신호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