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보고 _ 진진

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연출한 사람은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현정 감독님이다. 올해 대구여성영화제에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김현정 감독님을 (직접은 아니고)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감독과의 대화’ 같은 자리에서 감독님의 생각과 영화에 대한 고민을 들으면서 감독님이 찍은 영화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풀어내는 모습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런 감독님의 모습이 나에게는 인상 깊게 남았다.

영화 <최소한의 선의>는 가장 최근 작품으로 올해 가을에 개봉한 영화다. 이 영화는 고등학생의 임신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담임 선생님 ‘희연’은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사실을 알고 학교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의무만 수행하려고 한다. 유미의 주위 어른 중 누구도 유미만큼 무섭고 절박하진 않을 텐데,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유미의 임신이 문제와 사고로 여겨지는 사이 희연도 임신하면서 두 사람의 공통 분모가 생기고, 어느 순간 희연은 자신이 몰랐던 유미의 고통을 깨닫게 된다. 임신한 유미가 급식실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모습을 외면했던 희연은 자기 집 주방에 선 채로 밥을 비벼 먹으며 유미의 배고픔을 깨닫는다.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희연이 유미의 고통에 접속하는 순간이다.

고등학생인 유미가 임신중절의 시기를 놓치고 출산을 선택한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면, 많은 경우 임신한 학생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는 ‘철없는’ 모습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우리는 ‘유미’ 나이에도 책임과 자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나? 나는 그런 고민을 하는 유미가 현실적으로 보였다. 영화에서 ‘유미’라는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을 보며 감독님이 시선이 사려 깊다고 생각했다.

희연이 그저 담임으로서 의무만 다하려다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최소한의 선의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선의든 연대이든 사랑이든 타인의 고통에 접속하지 않고는 행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또한 두 사람이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어지는 마음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누군가의 임신은 축복이고, 누군가의 임신은 ‘벌’이 되는 모순도 아프게 다가온다. 유미는 자신을 추궁하는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미 벌을 받고 있는데 왜 자꾸 벌을 주냐고. 수많은 ‘유미’들을 이해하기보다 혼내고 있는 학교와 가정과 사회, 결국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냐고.